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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을 다녀와서...

마음자리와 저녁노을 2024. 1. 1. 16:12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가장 진지한 고백:장욱진 회고전'을 관람하였다. 지난 달 1230, 고궁은 오전부터 내린 함박눈으로 별천지를 만들고 방문객을 맞고 있었다. 미술이라는 장르는 내겐 너무나 생소한 분야라 조금은 부담이 되었으나 장욱진 화백의 아드님(장정순 박사)께서 직접 안내와 해설을 해 주시는 노고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수많은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전시장을 함께 돌며 관람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전시실 마다 주제가 있으며, ’첫 번째 고백: 내 자신의 저항 속에 살며부터’ ‘두 번째 고백, 발상과 방법: 하나 속에 전체가 있다’, ‘세 번째 고백: .’, 마지막으로 네 번째 고백: 내 마음으로서 그리는 그림으로 구성되어있는 회고전은 2024212일까지이다.

  장욱진(張旭鎭, 1917-1990)은 한국 근현대 화단에서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유영국 등과 함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2세대 서양화가이자, 1세대 모더니스트이다.(전시 Exhibition 책자 인용 참조) 이번 전시는 1920년대 학창 시절부터 1990년 작고할 때까지 약 60여 년간 꾸준하게 펼쳐 온 장욱진의 유화, 먹그림, 매직펜 그림, 판화, 표지화와 삽화, 도자기 그림을 한 자리에서 조망한다. 장욱진은 그의 화문집(畵文集강가의 아틀리에서문에서 밝혔듯이, “참된 것을 위해 뼈를 깎는 듯한 소모"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자유로운 발상과 방법으로 화가로서의 본분을 지키며 자기 자신을 소모 시켰다. "나는 정직하게 살아왔노라."라고 당당하게 외치며 진솔한 자기 고백'으로 창작에 전념했다.

  그가 떠난지 30여년이 흘렀지만, 그의 그림은 지금도 여전히 세상을 향해 정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전시 Exhibition 책자 참조)

 

  첫 번째 전시실, 여기서는 그의 학창 시절부터 중장년까지 작품으로 흑백과 갈색의 모노톤으로 토속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책자에 의하면 완숙한 장욱진 작품의 전형(典型)이 완성되기까지 "내 자신의 저항 속에 살며" 장욱진만의 독창적인 '한국적 모더니즘이 창출되는 여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작품과 함께 유기적으로 배치한 장욱진 관련 아카이브들을 통해서도 이러한 그의 저항의 과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그의 그림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들을 자세히 분석할 수있다. 장욱진 회화의 대표적 모티프 가운데 '까치', '나무', '해와 달'을 선정해 각각의 소재들이 지니는 상징성과 의미가 무엇인지, 도상적 특징은 어떻게 변모되어 전개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 가득한 '까치'는 그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고, '나무'는 그의 온 세상을 품는 우주였으며, '해와 달'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영원성의 매개체로서 결국 모든 것이 하나임을 보여주려 한 장욱진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세 번째 전시실에서는 장욱진의 내면에 스며있는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 정신세계를 살펴본다. 불교적 세계관이 반영된 작품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부터이다. 먹그림 역시 이 시기부터 그려지기 시작했다. 장욱진의 불교 인식과 태도가 딱히 종교적인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전시된 그의 먹그림들을 통해서 적어도 예술이라는 개념에서 '깨달음의 과정이자 '깨달음의 표현'이었음을 말해준다. 나아가 그의 간결하고도 응축된 작품 경향은 서구 모더니즘의 추상에서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오히려 불교적 사상과 개념으로 추구된 '절제''득도'의 결과로 바라보는 해석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가족을 귀하게 여겼던 장욱진은 가족도, 동물도 모두 소중한 인연(因緣)으로,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었던 그의 마음가짐과 태도는 불교적 세계관에 기반한 것이다.

 

  네 번째 고백, 여기서는 그의 1970년대 이후, 곧 노년기 살펴본다. 흔히 이야기하는 수안보 시기부터 용인(신갈) 시기까지의 작품들이다. 장욱진이 평생 남긴 730여 점의 유화 가운데 80퍼센트에 달하는 580여 점이 이 마지막 15년 동안 그려진 것이다. 이 시기는 그림의 색층은 더욱 얇아지고, 수묵화나 수채화처럼 묽은 물감이 스며드는 듯한 담담한 효과를 유지한다. 마치 먹으로 그린 동양화를 캔버스에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또 민담이나 고사 같은 한국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삼거나, 조선시대 문인화에서 보았던 소재들도 새로이 등장한다. 고구려 고분 벽화나 민화를 연상시키는 화법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동양의 정신과 형태를 일체화시킨 그의 유화는 결국 금강경의 핵심 사상인 '무상(無相)'으로 집약된다.

압축적이며 평면적인 그의 초기작들이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사물의 속성을 추출하여 본뜬 '추상 (抽象)'의 작업이었다면 말년작들은 '무상(無 相 )'의 작업으로 생략과 압축, 시공간의 초월을 통해 그의 성찰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면서 진정한 한국적 모더니즘을 창출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전시 Exhibition 책자 인용 정리)

 

  2시간여 관람을 마치고 부근 카페에서 차담자리도 함께 했다. 밖에는 종일 눈이 내려 세상을 깨끗하게 덮어버리고, 그림으로 가족도 동물도 모두 소중한 인연(因緣)으로 대하였다는 장욱진 화백의 마음이 관람자에게 편안하게 전해지는 의미있는 하루였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관어당 편액 탁본

 

 

공기놀이

마을

무제- 순수 기하학을 이용한 추상화...천지인(天地人)을 상징하고 있기도 하다.

무제- 열반

나무

무제- 기원

 

나무

도인

 

 

 

 

 

눈 내리는 덕수궁

 

그림과 제목이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