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풍요롭게..

모든 존재는 자신의 행위에 책임이 있다.

마음자리와 저녁노을 2022. 11. 18. 05:47

 

  여기 그물이 있습니다. 그물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물입니다. 촘촘하지도, 그렇다고 크지도 않으나 사람의 마음과 의지에 따라 크기가 변하는 재주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대부분 사람은 평상시에는 그물의 존재를 크게 인식하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물 이름은 '연말'이라는 시간 그물입니다. 한해를 마감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을 점검하고 마무리하느라 매우 바빠집니다. 국가는 물론 회사와 단체, 그리고 개개인이 모두 분주해집니다.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을 연말 안에 처리하여 목표를 달성하고자 바빠집니다. 연말이라는 그물 통과에 한해의 성적이 결정되니 업무 정체 현상이 벌어지니 저도 덩달아 바빠집니다.

  많은 사람이 '유종의 미'로 한해를 마감하려 합니다. 돌아보니 나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황하의 탁류를 정해진 길로 건너고자 돌이라도 놓으려 하니 흙탕물이 내게 묻었는지 썩은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 소박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나섰더니 돌아온 말입니다. 공연히 욕심을 내었다는 자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백년하청의 황하도 시간이 흐르면 청해에 도달하게 됩니다. 탁류세상에서는 탁설이 정상인 듯하나 맑아진 청해에서는 淸論이 꽃을 피우리라 믿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좋고 나쁨 또는 옳고 그름으로 엄격하게 분류할 때 우리는 일시적으로 안정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런 관계는 진정으로 연결되지 못하며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합니다.(샤론 샐즈버그)

  '품격'라는 말이 있습니다. 품격이란 '사람의 품성과 인격. '을 말합니다. 인간의 품격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또 개개인에 따라 중요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품격을 요구하는 곳이 많습니다. 인간으로서의 품격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이 아닙니다. 인간 내면에 내재된 성숙성에 따라 뿜어나는 향기, 그것이 진정한 품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人香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말은 인간의 품격 중 대표적인 것입니다. 말은 마음을 담아냅니다. 말은 마음의 소리입니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납니다. 아무리 현란한 어휘와 화술로 말의 외피를 둘러봤자 소용없습니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은 분명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입니다.’ 이기주님의 말의 품격에 나오는 글입니다. 말이란 의사소통의 목적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소통하자는데 나 하고 싶은 말 다 한다면 그것은 일방통행일 뿐입니다. 모든 존재는 자신의 행위에 책임이 있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우리는 되새겨야 합니다.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되돌아 온다는, 말의 회귀본성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 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란 옛 선인들의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한해를 돌아보면서 스스로 반성해 봅니다. 어떤 사안의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에 반응하는 나 자신이 耳順을 넘어 從心의 나이를 향하는데 그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였다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연말이 다가오니, 연초에 세웠던 계획은 얼마나 이루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에,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일에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으니 이만하면 족하지 않을까 하여, 자아 성찰의 기회와 자신에 대하여 연민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