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루에 오르다
영주 부석사의 주불전(主佛殿)인 무량수전의 바로 앞에 세운 2층 누각(樓閣) 건물로 누 밑을 통과하여 무량수전으로 들어서게 한 일종의 누문(樓門)이다.
무량수전 앞 안양루에서 동남쪽 하늘이 활짝 열려있는 모습. 안양루 내부에 김삿갓 시 ’부석사’가 걸려있다. '이름 난 이곳을 시간이 없어 늙어서 와 안양루에 올라 그림같은 풍경'이라고 하는데… 나도 그렇다.
부석사에는 불이문이 없다. 불이문은 부처님 세계에 들어가는 마지막 관문이며 이 문만 지나면 바로 법당마당으로 이어지고 그 뒤로 법당이다. 바로 부처님 세계이다. 불이는 ‘모든 분별이 사라진 자리, 온갖 시시비비가 사라진 자리, 해탈의 자리를 의미한다. 그래서 해탈문이라고도 한다. 또한 부처님 세계인 극락으로 들어가는 자리이므로 극락문이라고도 한다. 극락을 ‘안양’이라고도 하기에 부석사에서는 안양문이라 하였다.(출처: 한국문화자원의 이해)
극락교라는 다리 하나부터 일주문 전 장엄물 하나까지 사찰을 찾는 이에게 가르침을 주고자 하였다. 또한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해탈문 등을 통해 시각적이고 상징적으로 나타내어, 요동치는 우리 마음을 다스리게 하고 진리의 길로 나아가도록 일깨워 준다. 그리고 누각을 지나 마침내 부처님의 세계에 들어선다. 이와 같이 사찰 건축물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역사이고 문화이며 가르침이다.
부석사 하면 떠오르는 시 두 편
- 김병연(金炳淵, 1807~1863)의 浮石寺
- 정호승(1950~) 시인의 그리운 浮石寺
그리운 부석사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정호승
浮石寺
平生未暇踏名區
白首今登安養樓
江山似畵東南列
天地如萍日夜浮
風塵萬事忽忽馬
宇宙一身泛泛鳧
百年幾得看勝景
歲月無情老丈夫
金笠 金炳淵
浮石寺
평생에 여가 없어 이름난 곳 못왔더니
백수가 된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구나
그림같은 강산은 동남으로 벌려 있고
천지는 부평같아 밤낮으로 떠 있구나
지나간 모든 일이 말 타고 달려온듯
우주간에 내 한몸이 오리마냥 헤엄치네
백년동안 몇번이나 이런 경치 구경할까
세월이 무정하다 나는 벌써 늙어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