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법장사를 가다
'즐겁다'의 반댓말이 '괴롭다'이다.
'기쁘다'의 반댓말은 '슬프다'이다.
국어대사전에는
"기쁘다 : 마음에 즐거운 느낌이 나다.
· 즐겁다 :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믓하고 기쁘다."라고 나온다. 마음도 좋고 기분이 좋고, 몸까지도 좋다는 느낌으로서 ‘기쁘다’와 ‘즐겁다’는 비슷하다.
좋다는 느낌이 마음 깊은 곳으로 부터 몸밖으로 나오면 기쁘고, 좋다는 느낌이 몸에서 마음으로 들어오면 즐겁다고 한다. 즉, 기쁘다는 느낌은 마음에서 오고 즐겁다는 느낌은 몸에서 오는 것이니 기쁨은 마음의 것이고 즐거움은 몸의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 즐겁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즐거움이다. 산골짜기 물소리를 듣고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듣는것이 즐겁다. 이런 즐거움들은 모두 입과 눈과 귀를 비롯하여 몸을 움직이는 데서 빚어지는 것이다.
아들 딸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거나 좋은 직장에 입사를 하면 기쁘고 축구 한일전에서 이기면 기쁘다. 이런 기쁨은 모두 마음 깊은 곳에서 빚어지는 것이다.
반대의 뜻은 '슬프다'와 '괴롭다'이다. 몸으로 겪는 일이 힘겹고 고달플 적에 괴롭기는 하지만 슬픈 것은 아니고, 마음으로 겪는 일이 쓰라리고 힘겨울 적에 슬프기는 하지만 괴로운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지난 일요일 관문사 법회때 법사스님께서 법문 중 이런 말을 하였다. 탐진치 중 '진'을 설명하면서 '괴로움'의 반댓말이 무엇인가? 대부분이 '즐거움'이라 한다. 그런데 우리가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 즐거운 일에도 늘 그림자가 있다. 최고의 경지라도,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정상이라도 그림자는 있기 마련이다.' 법사스님은 '즐거움'의 반대는 '고요, 寂'이라 법문을 하신다. 그림자 조차 없는 즐거움은 열반의 경지가 아닐까.
모든 운이 원만하게 충만 곳, 화천 법장사에는 물이 흐르고 바람이 지나가며 새들이 머무는 곳, 귀 기울이지 않아도 들리는 듯하고 눈 들어 둘러보지 않아도 보이는 듯한 고요한 천년고찰이다. 해발 600고지에 위치한 화악산 힐링명상센타는 인문학 강좌와 명상수행의 요람이기도 하다. 몇시간 머무는 동안 마음을 비우는 명상과 인문학 강의도 듣고 눈으로, 몸으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강의실과 숙박시설, 기도공간 등이 사찰 경내와 어울리게 배치되어 있다. 풍수 문외한이 보아도 '참 좋다' 이다. 점심공양후 경내와 계곡을 둘러보며 느낌은
그곳에서 <나>도 없고 <목숨>도 없으며 <남>도 없다. <짓는 자>도 없고 <지어진 것>도 없으며 <형용할 것>도 없고 <가르칠 것>도 없다. 모두는 비고 고요한데 대체 여기에 <나>란 주인이 있단 말인가.(증일아함경) 라는 부처님 경전이 떠오른다.
빈(空)것은 고요함(寂)을 포섭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