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다운 오월 첫날 경북 영주를 찾았다. 그곳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임금이 이름을 지어 내린 사액서원이자 사학(私學)기관인 소수서원이 있다.
입구에 펼쳐진 기품있어 보이는 소나무숲길을 따라 이백여 미터 걸어가면 서원이 나타난다. 정문에 志道門이 있고 오른쪽에 景濂亭이 서있다. 서원 내로 들어가면 각각의 전각들이 모두 이름을 갖고 길손을 반기고있다. 至樂齋, 學求齋, 日新齋,影幀閣, 일영대(해시계 라고함), 그리고 소수서원의 강당인 명륜당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소수서원은 조선 중종 37년(1542)에 풍기군수 주세붕(周世鵬)이 안향(安珦)을 제사하기 위해 사당을 세웠다고 하며 이후 중종 38년(1543)에 유생들을 교육하면서 백운동서원이라 하였다. 명종 5년(1550)에는 풍기군수 이황의 요청에 의해 ‘소수서원’이라 사액을 받고 나라의 공인과 지원을 받게 되었다. 중종 39년(1544)에 안축(安軸)과 안보(安輔)를 제사지냈고, 인조 11년(1633)에는 주세붕을 더하여 제사지냈다.(안내문 요약)
서원 옆으로 흐르는 계곡을 竹溪라 하는데 서원 문밖에는 연못도 빠지지 않고 조성되어 맑은 봄하늘을 담아내고 있다. 계곡을 가르는 다리를 건너 물따라 내려가니 翠寒臺라. 이 정자는 노송이 둘러서있는 가운데 계곡을 내려다 볼 수있어 머물고싶은 자리다. (翠字가 술과 연관있는 醉字가 아니네)
취한대는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부임한 다음 해인 명종 4년 1549에 흙과 돌을 쌓아 올려 사방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곳이다. 경자敬字 바위 주변에 터를 잡고 소나무, 잣나무, 대나무를 손수 심고 이름을 취한대로 지었다. '취한은 푸른 연화산의 기운과 맑은 죽계의 시원한 물빛에 취하여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긴다는 뜻으로, 송취한계松翠寒溪에서 따 왔다. 취한대는 공부에 지친 원생들이 잠시 휴식하던 곳으로, 현재 이곳에는 1986년에 지은 정자가 있다.(안내문 인용)
죽계는 소백산에서 발원하여 소수서원을 휘감아 흐르는 하천으로, 소수서원의 경관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다. 실제로 죽계는 소수서원에 관한 여러 문헌 기록에서 빠짐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죽계는 고려 시대 후기의 유학자인 안향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고려 시대 후기의 문신인 안축의 고향이면서 안축이 지은 경기체가《죽계별곡》의 무대이기도 하다.
竹溪의 맑은 물이 옛물이 아니듯
빛도 그때의 빛이 아니다.
시간과 빛이 지나간 자리의 書院 건물은
빛바래어 퇴락하였으나
누정에 담은 선비의 꿈과 삶은
오늘도 살아 숨쉬는 듯하다.
그때 그시절에도
청운의 꿈을 꾸며 강학당 뜰을 거닐며
고뇌하던 젊은 선비 있었겠지.
이곳을 다녀 간 시인묵객 몇몇이나 될까?
늦은 봄날 계곡을 걸어 돌아보니
물은 맑고 솔 높아 푸른하늘까지 담아낸다.
소백산 정기 품은 서원은
'오랜세월'은 흘려보내고
堂과 樓臺는 시간을 잡아 앉혀
옛 선인들의 그윽한 문향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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