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아름다운 동행이었습니다. 그리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부처님의 나심은
온 누리의 빛이요
뭇 삶의 목숨이라.
빛에 있어서 밖이 없고
목숨은 때를 넘느니.
이곳과 저 땅에
밝고 어둠이 없고
너와 나에
살고 죽음이 없어라.
거룩한 부처님
나신 날이 왔도다.
향을 태워 받들고
기(旗)를 들어 외치세.
꽃머리와 풀 위에
부처님 계셔라.
공경하여 공양하니
산 높고 물 푸르더라.’
(출처 : 만해기념관)
부처님오신날을 노래한 만해 한용운의 詩입니다. 계절의 여왕 5월은 부처님오신날로 여나 봅니다. 천자만홍의 4월이 지나 싱그러운 연초록의 색으로 우리 강산이 변해가는 좋은 계절에 전국 방방곡곡의 절마다 연등과 촛불을 밝혀 모두가 부처님오신날을 기쁘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오늘같이 좋은 날, 주변에 아름답고 청정한 대가람을 마다하고, 멀고 먼 전방 부대의 작은 군 법당을 찾아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천태종 서울 관문사 금강 군 포교단원으로 직접 동참하신 열다섯 분과 지극한 불심의 마음을 보내 주신 사십여 분, 특히 관문사의 큰 지원은 부처님의 대자대비하신 큰 마음입니다. 군대는 20대 전 후반의 젊은이들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특수한 조직으로, 그들은 우리가 일상으로 누리고 있는 안락함도 자유분방함도 절제해야 하는 환경에서 젊음을 바쳐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호국 신장입니다. 우리는 헌신적인 의무와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용사들 덕분에 후방에서 평온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기에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다가가고자 하였습니다.
불기 2569년 5월5일 부처님오신날, 3사단의 혜산진법당 봉축 행사는 멸공 OP 옆에 있는 범종각에 올라 DMZ을 바라보며 시작됩니다. 혜산진 ‘범종각’은 1987년 6월 남북통일 기원 염원으로 2대 종정스님께서 증명하여 주시어 건립되었으며 매년 초파일 때를 맞춰 점등 법회를 경인지역 모든 사찰에서 동참하여 성대하게 개최하여 왔습니다. 이후 혜산진 법당이 2005년 6월에 건립되어 명실상부 천태종단의 군부대 내 포교의 청정 도량이 되었습니다. 범종각에 오르면 불자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민 누구든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눈앞에 펼쳐진 금강산 가는 먼들레(민들레) 벌판과 추가령 화산대, 북녘으로부터 흘러드는 한탄강 물줄기는 이곳 OP 옆을 지나며 柱狀節理의 절경을 이루며 서해로 향합니다. DMZ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봄빛을 가득 품어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지금은 갈 수없는 우리의 산하 모습이 아득히 다가옵니다. 이곳 정연리는 내금강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예부터 많은 문인들이 드나들면서, 아름다운 정자와 현무암 절벽 아래로 흐르는 한탄강이 만들어 놓은 깊은 소가 있어 정자연(亭子淵) 또는 정연이라 했다는 데서 유래하였습니다. 지금은 남북한이 철책으로 찢겨있지만 언젠가는 하나가 될 우리 강산이기에 소중합니다.
백골부대 전방대대의 혜산진법당에는 여느 군 법당과는 또 다른 모습이 있으니, 백옥관음존상을 모시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록을 보면 2012년 10월 07일 서울 금강불교대학 총동문회(회장:이필창)에서 관계 부대장(강건작 대령)과 내빈을 모시고 봉안식을 봉행하였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매월 2번의 군 법회를 군 포교단의 주관으로 용사들과 함께하며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성스러운 청정 도량에서 올해도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자리를 군 포교단이 함께하여 자랑스럽고 기쁨이 가득한 날이었습니다.
군 포교를 위하여 봉사하시는 여러분들은 출세나 명예의 자리를 탐하지 않는 분들입니다.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멀리 더 많이 전해서 인간으로서의 괴로움을 벗어나 모두가 행복하게 살게 하고자 마음을 내신 분들입니다. 우리의 원래 목적은 전법 포교이지만 군이라는 특수 집단에서 미래의 불자인 젊은 용사들에게 법을 전하고 그들이 법을 보다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집을 떠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팽팽한 긴장감이 무겁게 짓누르는 최전선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장병들에게, 불안한 마음을 안락하게 해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편안하게 잘 전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여러분의 봉사를 꽃 피우는 것입니다. 오늘의 행사도 모두가 인연법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연기법의 진중함을 알아 포교 일선에서 군 장병들에게 불교와의 인연을 잘 이어 주시어 여러분들이 가진 지극한 신심과 원력을 멀리 펼쳐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지금 이시간, 오늘 이렇게 함께하고 있는 모든 분, 모든 도반님들, 잠시의 인연이 아니고 영원히 이어갈 군 포교 봉사단은 소중합니다.
우리 불가에서는 지나가다 옷깃만 스쳐도 큰 인연이라 하는데 하물며 오늘 군 포교 봉사단원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는 것은 물론 10여 년 오랜 세월 함께 봉사하는 법우님들과 이렇게 만났으니 고맙습니다. 군 포교단과 함께 해주셔서 소중한 인연입니다. 오늘의 이 참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여 상구보리 하화중생하고 나의 부처를 찾아 갑시다.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오.
불기2569년 부처님오신날 ‘혜산진법당’에서
한탄강 주상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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